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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읽는 세계사

✍️ “칼리굴라와 네로는 왜 황제였는데도 두려웠을까?”

by 나든(NARDEN) 2025. 5. 24.
📍서론: 황제의 권력, 왜 끝은 비극이었을까?
로마 제국은 찬란한 문명과 웅장한 군사력을 자랑했지만, 그 중심에 선 황제들의 말로는 종종 의외일 만큼 비극적이었습니다. 특히 칼리굴라와 네로는 이름만으로도 잔혹성과 광기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이들은 제국의 정점에 서 있었지만, 권력의 끝에서 외로움과 파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왜 로마 황제들의 최후는 이렇게 극단적인 몰락으로 이어졌을까요? 그 안에는 제국이라는 시스템이 만든 무게, 그리고 인간 본성의 어두운 단면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 칼리굴라: 절대 권력이 만든 괴물

칼리굴라.출처:위키피디아

칼리굴라(재위 37~41년)는 티베리우스 황제의 양자로, 초기엔 로마 시민들의 큰 기대를 받으며 즉위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폭군의 길로 빠져듭니다.
그는 자신을 신으로 칭하며 신전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고, 심지어 자신의 말을 원로원 의원으로 임명하려 했다는 전설적인 일화도 남아 있습니다.
 
그의 통치는 공포와 혼란의 연속이었고, 이는 권력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진 절대 권력의 전형적인 붕괴를 보여줍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친위대에게 암살당하며 허망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로마 시민들의 환호 속에 즉위한 황제는 단 4년 만에 ‘정신이상자’로 역사에 남게 된 것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그가 즉위 직후 심각한 병을 앓은 뒤 성격이 급변했다고도 보며,
실제로 초기 통치와 후반의 행보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즉위 초에는 포로를 석방하고 세금을 감면하는 등 개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그는 점점 편집증적 폭력성과 과장된 자기 신격화에 빠져들었습니다.
 
칼리굴라의 변화는 단지 개인의 타고난 광기 때문이 아니라, 고립된 권력 환경이 만들어낸 심리적 붕괴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로마의 정치 시스템은 그를 견제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병적 성향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그의 비극은 결국 제도의 실패이자, 절대 권력이 인간을 어디까지 왜곡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 네로: 예술가를 꿈꾼 황제의 몰락

네로.출처:위키피디아

네로(재위 54~68년)는 로마 역사상 가장 유명한 폭군 중 한 명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는 예술과 음악을 사랑한 감성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시를 쓰고, 연극 무대에 오르며 자신을 ‘창조자’로 인식했지만, 이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로마 대화재 이후 민심을 잃은 그는 기독교인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이후 공포 정치로 방향을 틀게 됩니다.
반란과 배신이 이어졌고, 결국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어떤 예술가가 죽는가”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집니다.
그 마지막 문장은, 권력이 예술을 덮어버린 비극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 권력의 고립, 제국의 그림자

칼리굴라와 네로의 공통점은 단순한 ‘폭군’이 아니라, **고립된 권력자**라는 점입니다.
제국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신뢰할 조언자도, 견제할 세력도 사라진 그들은 결국 외로움 속에서 왜곡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로마의 시스템은 제1시민이라는 이름으로 황제를 신격화했고,
그 과정에서 황제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는 결국 통치자의 인간성을 제거했고, ‘신’이 된 황제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된 셈입니다.


✦ 끝은 언제나 허무했다

로마 황제의 자리는 가장 화려해 보였지만, 그 말로는 놀랍도록 덧없었습니다.
독살, 암살, 자살은 거의 의례처럼 반복되었고, ‘신성한 황제’라는 타이틀은 권력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의 무덤이 되었습니다.
제국의 권력이 클수록 그 파멸은 더 커졌고, 황제 개인의 성향보다 제도의 구조적 문제들이 폭군을 만들어낸 셈이었습니다.
결국, 로마는 위대한 문명이었지만 그 중심의 통치 시스템은 인간이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위험한 도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 결론: 제국을 삼킨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불안이었다

칼리굴라와 네로의 이야기는 단지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권력의 구조가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지, 시스템이 어떻게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로마는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불씨는 황제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들의 비극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선다는 것, 과연 축복일까?’
그리고 아마 로마의 황제들은 이 질문에 누구보다 무겁게 대답했을지도 모릅니다.